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에 미국의 상징적인 건물들을 ‘싹쓸이’했던 일본 자본이 다시 미 부동산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그러나 예전과 달리 직접투자 대신 간접투자를 선호하고 있으며 유명하기보다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건물에 관심을 갖고 1990년대 초.중반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쓰이 부동산 미국 지사는 4억~5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 회사의 그레이엄 본드 최고영업책임자(COO)는 “일본 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대형 건물 대신 1억~2억달러짜리 건물들 중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리얼 캐피털 애널리틱스의 댄 파술로 이사는 “최근 몇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시장을 노린 자금이 나타났다”며 일본인들이 “자금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언스트 앤드 영’은 지난 1997년에 발표한 자료에서 일본인들이 1985년부터 1993년 사이에 모두 773억달러를 미국 부동산에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 초 미국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서 일본 투자자들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봤고 록펠러센터를 인수하는 ‘기염’을 토했던 미쓰비시 부동산은 130억달러의 부동산담보대출에 발목이 잡혀 록펠러센터를 파산시키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따라서 다시 미국 시장에 눈을 돌리는 일본 투자자들은 미쓰이 부동산이 미국업계 관행보다 낮은 부채비율 30%로 묶어두려고 하는 것 처럼 지나친 ‘지렛대(차입자본이용) 효과’를 경계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일본인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적극적이지 않다.

부동산 투자회사 커시먼 앤드 웨이크필드는 일본 투자자들 중 “일부가 탐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고 언스트 앤드 영은 일본 자금이 지난 1980년대만큼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비중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