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대두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얼마전 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얘기했던 경제 전문가들까지 포함해 갈수록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증시와 신용시장의 상황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3월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막기 위한 개입에 나선 이후 꾸준히 개선됐고 상당수의 경제지표들 역시 예상보다 좋게 나온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FRB가 작년 9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잇따른 인하조치를 통해 2%로 내리고 정부가 세금환급을 통한 경기부양책에 나선 것도 경기 하강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와코비아의 제이 브라이슨 이코노미스트는 "몇달 전만 해도 우리가 심연에 빠진 것처럼 보였으나 상황이 변했다"면서 최근에 나온 지표들은 우리가 몇 개월 전에 확신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와코비아는 이에 따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지난달의 90%에서 지금은 45%로 낮췄고,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1분기와 2분기에는 0.6%, 3분기와 4분기에는 1.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의 두 축인 고용시장과 소비가 여전히 비틀거리고는 있지만 과거의 경기침체 때처럼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3일 상무부가 발표한 4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2% 줄기는 했지만 판매가 급감한 자동차를 제외할 경우에는 0.5% 증가했고, 실업문제도 과거 경기침체기처럼 심각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또 0.6%(연율) 증가로 나온 1분기 GDP 증가율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4월초에 미 경제가 경기침체의 고통에 빠졌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에 들어섰다고 경고했지만 최근에는 발언 수위를 낮췄다. 미국이 심각한 위기로 향하고 있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했던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도 최근 위기 상황은 지나갔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소비자신뢰지수 추락 등 여전히 많은 경고 사인들이 있고, 고유가와 식품가격 상승 등은 소비를 위축시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촉발시키고 있어 미 경제가 성장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제기되고 있다.

유가 상승 등으로 미국의 4월 수입물가는 전달보다 1.8% 올라 1년 전에 비하면 15.4% 상승, 1982년 통계가 발표된 이후 가장 큰 폭의 연간 상승률을 보였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13일 갤런당 평균 3.73에 달했다.

리먼브러더스의 드류 매터스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와 대출기준 강화 등을 지적하면서 "문제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설명한 뒤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래 가면 경기침체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