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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그 후 1년, 집 잃고 텐트촌·모텔 전전… 끝나지 않은 악몽

김세규
Author
admin
Date
2009-08-3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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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개국 '생존의 현장' 리포트 서브프라임 사태 진원지 캘리포니아
부동산업 몰락→ 대량 실업분양시장선 선착순 할인까지 100만달러 내려도 안 팔려
고급주택가 할리우드 몸살

지난달 7일 오전 9시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시(市) 외곽의 디스커버리공원. 공원 옆 울창한 나무숲 속으로 30분쯤 걸어들어가자 군데군데 빛 바랜 텐트들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미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금융위기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살던 집에서 쫓겨난 시민들이 집단 거주하는 텐트촌(tent city)이다.

수풀 속을 헤치고 좀더 들어가자 사나운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텐트에 사는 프란시스코 해럴슨(Haralson·57)씨 가족이 도둑이나 강도를 막으려고 키우는 사냥개였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텐트 주변엔 한기(寒氣)를 피하려고 종이와 나뭇가지로 불을 지핀 모닥불 불씨가 남아 있었다. 나무가지에 걸린 빨랫줄엔 땀냄새가 가시지 않은 옷가지들이 널려 있었다. 텐트 뒤편엔 화장실로 쓰는 구덩이 주변에 휴지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 텐트엔 해럴슨씨 부부가 살고, 그 옆에 아들 조셉(7)이 혼자 쓰는 작은 텐트가 하나 더 있었다. 해럴슨씨 가족은 원래 캘리포니아의 소도시 '조지 타운'에서 살았다. 넉넉하진 않지만 이동식 주택에서 살며 생활을 꾸려 왔다. 부인 안젤리나(32)가 대형 마트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가장(家長)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매상이 떨어진 마트에서 안젤리나가 작년 말 정리해고 됐다. 이동식 주택을 판 돈(3만6000달러)으로 모텔을 전전하며 버텼지만 그 돈마저 까먹고 텐트촌으로 밀려난 것이다. 안젤리나는 "화장실이 없고 냉난방이 안 돼 불편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치안"이라며 "가끔 이곳 사람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면 텐트촌 전체가 공포에 떤다"고 말했다.

텐트촌은 이곳 아메리칸 강변 3~4㎞에 걸쳐 수풀 속에 산재해 있다. 숲이 워낙 울창해서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경찰 단속을 피해 텐트를 옮겨가며 생활하고 있다.

650명의 텐트촌 생활자에게 무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인 오병이어(the Loaves and Fishes) 재단의 제임스 페스(Peth) 이사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건설업체나 모기지업체에 다니다 해고돼 텐트촌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심배식인원이 매달 5%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텐트촌 생활자들이 당국의 단속을 피해 숨어살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1000명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실업(失業) 사태가 계속되면서 집을 급매하거나 월세를 내지못하고 쫓겨나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더 올라가고 있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올해 상반기 주택압류 건수가 39만1600가구로 미국 최고를 기록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미국 전체 고용의 8분의1을 차지하는 부동산 관련 업종이 몰락하면서 연쇄적으로 소비침체와 실물부문의 대량실업사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소 잃은 천사들… 내일은 어디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직장을 잃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 오렌지카운티의 한 모텔에서 살고 있는 가자(Garza)씨 가족. 이제 사 춘기에 막 들어선 큰딸 셀린(10)은 아빠, 엄마, 세 남동생과 함께 가로 3.6m, 세로 6.1m인 비좁은 모텔방에서 1년째 살고 있다./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집세 못내 쫓겨난 가족들=타마라 가자(Garza·35)씨는 남편, 네 자녀 등 가족 6명이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좁은 모텔방에서 1년째 살고 있다. 가자씨 가족은 작년 8월까지 월세 1500달러짜리 복층아파트에 살았다. 남편 조니는 쇼핑몰인 타깃(Target)에서, 부인 타마라는 애완동물용품업체인 펫코(Petco)에서 맞벌이를 했다. 하지만 막내 제시(1)를 임신한 타마라가 작년 4월 직장을 그만둔 지 석달 후 남편 조니마저 뜻하지 않은 경기침체로 해고되면서 월세를 내지 못해 모텔로 쫓겨났다. 타마라는 "처음 모텔에 들어왔을 때 큰딸 셀린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면서 "나는 13세부터 쉴틈없이 정말 부지런히 일했는데 왜 이런 불행이 찾아왔는지 모르겠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모텔 가족들을 돕는 복지재단인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공동대표 폴 조(Cho)는 "모텔 생활자들은 원래 마약·알코올중독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작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경제적 이유로 집을 잃는 가족들이 많아졌다"면서 "일자리를 주선해 모텔생활을 벗어나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재취업시키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선착순 할인판매까지 등장한 분양시장=금융위기가 닥친 지 1년이 돼가는데도 LA·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상가와 주택 할 것 없이 서너건물 건너 한 채씩 'For Rent' 'For Lease' 등 세입자를 찾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LA다운타운 한복판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콘체르토(Concerto). 총 280가구를 지난 7월부터 분양했지만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선착순 할인판매'라는 특별 이벤트를 열기로 했다. 분양대행업체인 어바나(Urbana)부동산판매의 마케팅 담당 케이시 클링겔(Klingele)은 "분양가보다 35~40% 할인된 가격에 내놓을 예정이지만 워낙 경기가 안 좋아 잘 팔릴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스탁턴시(市)의 2층 주택 앞에 걸 린‘For Sale(팝니다)’간판.

싸늘한 체감경기, 회복은 요원=부동산중개업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도 싸늘하다. LA의 고급주택가인 할리우드(Hollywood)구의 4층짜리 주택에 살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자 조슈아 알트만(Altman)은 2년 전 300만달러에 샀던 집을 200만달러에 내놨지만 못팔고 있다. 알트만은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아 빨리 팔려고 가격을 계속 낮추고 있지만 6개월째 못팔고 있다"고 말했다. LA의 부동산중개업체인 굿랜드(Good Land)에서 일하는 션 루(Loo)는 "워낙 팔려는 주택재고가 많고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라 매수세가 끊겼다"면서 "지난 3월 이후 부동산중개를 한 건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중에 돈이 거의 떨어져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부동산시장발(發) 침체가 이미 실물경기로 전이돼 실업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본격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조세형평국 미셀 박 스틸(Steel) 상임위원은 "실업률이 낮아져야 소득과 소비가 늘고 부동산가격도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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