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지원 축소 가능성···“낙관하기 어려워져”
삼성 따라 공장 지었는데 보조금 확정 안 된 기업도
테일러 공장 가동 지연에 소부장 협력사 매출 타격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린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온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지원안이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삼성전자 테일러 신규 공장 진입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칩스법 폐기 또는 지원금 등 항목 일부 수정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칩스법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2년 꺼내든 대표적인 산업 정책이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세액공제는 물론, 반도체 시설 건립 및 연구개발(R&D)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칩스법 발표 이후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신설 계획을 수립했다.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국내 소부장 기업들도 잇따라 미국에 생산공장 또는 판매법인 등을 설립하며 공급 준비에 속도를 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64억 달러(약 8조 9000억원)의 보조금 수급이 확정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부장 협력사들은 여전히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동진쎄미켐은 지난 7월 미국 텍사스주 플레인뷰시에서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 공장을 준공했다. 2만 6000평 부지에 약 1400억원을 투자한 공장으로, 연내 양산 공급이 목표였다.

삼성전자가 공장 완공 시점을 당초 올해 하반기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면서 동진쎄미켐의 공장 가동 또한 내년으로 미룬 상황이다. 동진쎄미켐은 공장 신설과 함께 미국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아직 확답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소재 전문기업 솔브레인 또한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2033년까지 5억7500만 달러(약 8000억원)를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우선 1억 7500만 달러(약 2400억원)를 1단계로 투입해 2029년 1월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솔브레인은 향후 10년간 테일러시로부터 재산세 25%를 감면받고, 시와 경제개발당국이 신공장 건설자재에 징수한 지방사용세의 25%를 환급받기로 했다.

반도체 소재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한 소부장 업체들이 보조금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인데 확정된다면 등급에 따라서 투자액의 20, 10, 5% 등 지원받을 수 있는 걸로 안다”며, “보조금이 나올 것으로 기대는 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삼성전자 테일러를 바라보고 들어온 기업들은 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프에스티(FST)는 삼성전자의 텍사스 진출 시기에 맞춰 인근에 칠러 장비 사후서비를 위한 법인을 설립했다. 테일러 사업장과의 거리는 자동차로 15분에 불과하다. FST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해주는 칠러 장비와 포토마스크를 보호하는 펠리클 재료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반도체 매출이 70%가량에 달하며 지난 상반기 기준 장비사업 매출 비중은 46.5%에 달한다. 같은 기간 FST의 장비 매출은 469억원가량으로, 전년 동기(526억원) 대비 10.9% 감소했다.

글로벌스탠다드(GST)도 현지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현지 법인에는 칠러 유지보수 센터와 고객 서비스(CS)센터가 들어선다.

이들 기업 외에도 신성이엔지, 한양이엔지 등이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 클린룸 설비를 납품한다. 신성이엔지는 최근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을 비롯해 반도체 투자가 잇따라 지연되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테일러 공장은 지금 여러모로 상황이 어렵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축소하는 움직임이어서 처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맥이 많이 풀린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외국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정책 등이 큰 맥락에서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할 것은 분명해 보여서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전날 영등포구에서 개최한 한국경제인협회 주최 좌담회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지원법 축소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첨단 기술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워 미국과 인력 교류, 공동 R&D 등을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면 트럼프 정부도 보다 확실한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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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저널e(https://www.sisajournal-e.com) 2024년 11월 12일자
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407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