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 대출) 충격에 빠져 있는 미국에서 오스틴은 '기적' 같은 도시입니다" (채리스 보디시〈Bodisch〉 오스틴 상의 부회장). 이달 초 기자가 찾아간 미국 남서부 텍사스주의 주도(州都)인 오스틴시 북부 외곽 183 도로 주변 일대. 하얀 먼지 속에 대형 트럭과 인부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가운데, 사무실과 주택 공사가 한창이었다. 2004년부터 작년까지 오스틴에 입주를 새로 결정한 회사만 123개로, '오스틴 러시(rush)'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틴의 인구는 현재 160만명. 1980년(58만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불었다. 지난 4월 주택판매가격도 한달 전보다 평균 5% 올랐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자인 김세규씨는 "최근 한달간 월세·매매 등 20여건의 문의가 왔다"며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활황"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깊은 미국에서 오스틴은 '무풍(無風)지대'로 통한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도시 1위', '불경기도 뚫을 수 없는 도시 3위'(이상 포브스지), '최고의 일자리 도시 2위'(비즈저널)…. 최근 주요 매체들이 오스틴에 대해 매긴 '성적표'들이다.

이런 상승세를 이끄는 주역은 기업들이다. 오스틴 반도체 생산단지에 신규 300㎜ 라인을 지난해 준공한 삼성전자 외에 휴렛팩커드(HP·데이터 센터), 이베이의 자회사 페이팔(연구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엔씨소프트·바이오웨어 등 유수 게임 업체들도 개발 스튜디오를 세우는 중이다.

델·AMD 같은 토박이 기업들까지 포함해 실리콘 밸리에 필적하는, 'IT(정보기술) 밸리'가 오스틴에 움트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6년부터 올 연말까지 3년 동안 35억달러(약3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삼성전자가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다.

델 컴퓨터의 데이비드 프링크(Frink) 수석 부장은 "10만명의 대학생 가운데 질 높은 이공계 고급 인재가 풍부하고 생활비가 저렴한 데다, 정부와 민간의 친(親)기업 정책이 맞물려 오스틴은 남부 최고의 '기업 천국'이 됐다"고 말했다.

단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기업의 직원들에게는 집세(임대료)의 3%를 되돌려주고 공장 주변 도로를 시 정부가 직접 닦아준다. 엔씨소프트 오스틴지사의 크리스 정 대표는 "캘리포니아보다 여건이 더 좋아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업체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상공회의소는 여세를 몰아 멕시코·캐나다 등의 환경·건강 같은 분야의 다국적 기업까지 추가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오스틴 현황

- 1라인(200㎜ 라인) : 1998년 준공, D램 생산

- 2라인(300㎜ 라인) : 2007년 준공, 50나노급 이하 낸드 플래시 생산

- 2008년까지 300㎜ 신규 라인에 총 35억달러 투자, 생산 규모 확대 예정

- 미주 지역 유일의 삼성 반도체 공장으로, 미주 지역 전략생산 거점

- 직접 고용 800명, 직·간접 고용 1800명(오스틴 상의 추산)

조선일보 오스틴=백승재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6/2008061600097.html